대법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민사합의 사건의 1심 판결은 평균 14개월이 걸리며, 민사단독 사건은 평균 5.5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2심의 경우 고등법원은 11.1개월, 지방법원은 10.8개월이 걸립니다.
3심의 경우에는 평균 11.7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작년 기준으로 평균 1095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대법원까지가는 재판은 거의 3년 가까이 걸린다고 볼수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206800?sid=102
'어느 세월에'…민사 1심 선고까지 평균 14개월 재판지연 심화
대법원 판결 받으려면 1095일 소요…3심 기간 1년새 118일 ↑ 사법신뢰 저하 방지·국민 재판받을 권리 보호할 개선책 필요 전국 법원의 민사소송 처리 기간이 최근 5년간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것
n.news.naver.com
기사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점점 판결의 결과가 오래 걸리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억울한 사람이 없게 신중히 재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조계의 오랜 격언처럼 너무 오래 걸려 피해자가 오히려 지쳐서 포기하게 되는 재판이 과연 정의로운가 의문점이 듭니다.
그러면 한국에서 가장 오래 걸린 판결은 어떤 판결일까요?
사실 가장 오래 걸린 판결이 뭔지 이리저리 찾아봤는데 확실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찾은 것 중에 가장 확실한 판결이 '중곡동 토지 사건'입니다.
중곡동 토지 사건은 1962년 소송에 들어가 1968년 대법원 선고가 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확정 판결에 재심사유가 있어 상고하고, 파기환송하고, 상고하고, 파기환송하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최종 종결은 1979년에 이루어져 1962년부터 무려 17년이나 걸린 소송입니다.
중곡동 토지 사건이란?
고종황제의 다섯째 아들 이강의 큰 아들은 이건은 중곡동에 있는 10만 평 토지의 원 소유자입니다.
이건은 A에게 명의신탁으로 땅을 주었습니다.
A는 이후 이 땅을 B에게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A는 B에게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 주었습니다.
여기서 원소유자 이건은 B와 직접 거래를 하여 매수하였고, B는 A에게 잔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A는 잔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B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 소송을 합니다.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A는 이 땅을 조각조각 팔아 대략 500명 이상에게 나누어 팔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B가 재심 신청을 합니다.
재심 신청에서 1심과 2 심은 재심이 타당하지 않았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에서는 재심 청구가 타당하다고 보아 원무효소송이 다시 파기됐습니다.
이에 환송 받은 고등법원은 대법원이 틀렸다는 취지로 이를 반대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피고(B)가 재차 상고를 했지만 고등법원은 이에 따르지 않고 또 반대 취지로 판결해서 올렸습니다.
이렇게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재심 인용과 상고기각이 세 번이나 되풀이되었고, 마침내 1979년 재심의 입장을 받아들여 피고(B)가 승리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피고가 이긴 것은 법적인 승리일 뿐이고, 실질적인 이득은 없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B가 재심 청구를 하면서 A로부터 땅을 산 사람들이 반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등기는 '공시의 법칙'은 있어도 '공신의 법칙'은 없기 때문에 등기를 보고 땅을 샀다고 하더라도 원주인이 아니면 그 계약은 무효가 되고 원 주인에게 땅을 되돌려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https://blog.naver.com/upzealrot/222712361394
공시의 원칙과 공신의 원칙.
공시란? 물권의 현상을 외부에서 알 수 있는 일정한 표상 내지 표지를 말합니다. 공시방법으로는 점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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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B가 재심을 청구하여 재판을 하는 동안 A에게 땅을 산 500명의 사람들이 재심에 집단 반발을 하게 됩니다.
워낙 반대가 심해 B는 '선의로 취득한 사람에게는 권리를 포기하겠다'라고 선언합니다.
그래서 B는 승소해도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오히려 17년 동안 소송으로 막대한 비용을 써서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공시의 법칙'만 있고, '공신의 법칙'이 없으면 매수인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 사건이 오래 걸린 이유는 물론 이건 씨가 중곡동 땅을 이중으로 매매한 이중매매 때문이지만 법원 입장에서도 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다시 땅을 되돌려 주라고 하면 일이 커지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B가 '선의로 취득한 사람에게는 권리를 포기하겠다'라는 선언을 하자 B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건 저의 생각일 뿐이지만요^^.
제가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고, 너무 오래된 사건이라 자료도 별로 없으니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
아무튼 아무리 올바른 판단이라도 오래 걸리면 의미 없는 만큼 좀 더 신속한 판결이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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